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수 년간의 유동성 풍년 속에서 투자은행들의 제 1의 원칙은 공격적인 수익 추구였다. 하지만 신용위기 이후 이런 곳들은 예외없이 흔들리고 있으며, 일부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리고 보수적 운용으로 기반을 닦은 투자은행들은 일약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엔 주목받기 어려웠지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어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 잘나갔던 리먼, 생존이 위태롭다
유동성 풍년 속에서 투자은행들은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고, 머리를 굴렸다.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내도록 고안된 모기지 기반 자산담보부증권(CDO) 같은 신용파생상품이 대표적인 수단. 차입매수(LBO) 대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분산시키고 분산시켜 결국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을 것처럼 여겨졌던 리스크는 오히려 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주택 시장의 붐은 꺼졌고, 모기지 상품에 대한 리스크는 눈덩이가 되어 충격을 안겼다.
인수합병(M&A)이 급감하며 큰 보급선이 끊겼고, 일부에선 이에따라 투자은행의 절반은 통폐합돼 사라질 것이란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 돈줄 마른 美 투자은행..절반 사라질 수도
손실을 정리하려니 자본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에따라 세계 1위 투자은행 씨티그룹을 필두로 메릴린치 등은 자존심은 버린 채 아시아, 중동 국부펀드에 손을 내미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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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역시 마찬가지. 리먼은 바로 모기지 채권 사업에 일가견이 있던 곳이었다.
잘 나가던 리먼은 최근 한국 산업은행(KDB)과 중국 시틱증권 등에 지분을 50%나 팔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노른자위 사업부인 누버거 버만을 포함한 자산운용 사업부 등을 팔려 하고 있다. 주인을 바꿔서라도, 핵심 사업이라도 팔아 생존해 보려 안간힘이다. 관련기사 ☞ 리먼 `産銀 인수설` 왜 불거진 걸까
자산운용 사업부를 팔면 최고 100억달러 가량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창출 엔진이 떨어져 나가는 셈이어서 충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몇몇 관심을 보여왔던 사모펀드 가운데 현재 콜버그 그래비스 로버츠(KKR)과 베인캐피탈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먼은 다음 달 중순 3분기 실적 발표 이전까지는 지분 매각이든 자산 매각이든 어떻게든 자구책을 내놓을 것이며, 이를 통해 최고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자산상각을 상쇄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골드만삭스는 27일(현지시간) 3분기 리먼의 자산상각이 35억달러에 달해 주당 2.80달러의 순손실을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주당 8센트 순이익이었다. 관련기사 ☞ 먹구름 드리운 리먼..3분기 추가상각 `눈덩이`
◇ BNP파리바 생존 비법은 `보수적 운용`
반면 보수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사업 운용으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움직여 왔던 곳들이 탄탄한 펀더멘털을 자랑하며 뜨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프랑스의 BNP파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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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지난 해 8월9일 운용 중인 3개 자산유동화증권(ABS)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전세계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 바로 BNP파리바였다는 점.
포천은 유럽 3위 은행 BNP 파리바가 신용위기 발발 이후 추가 자본 조달도 하지 않고 매 분기 이익을 내면서 오히려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매출의 3분의 2가 소매 금융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 부문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BNP파리바의 서브프라임 채권 및 레버리지 론 규모는 36억달러로, 전체 자산 1조8000억달러에 비해선 상당히 제한적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BNP파리바에 대해 `AA+` 등급을 매기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밀리고 있는 가운데 주가도 꾸준히 지지돼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BNP파리바는 세계 10대 은행에 들고 있다.
BNP파리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소매금융 사업을 탄탄히 키워왔고, 2006년 기준 미국 5대 투자은행들(베어스턴스 포함)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래(trading), 예를 들어 모기지증권(MBS) 거래 등을 통해 창출해 왔다.
키몬 칼람보시스 씨티그룹 런던사무소 애널리스트는 "BNP파리바는 매우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은행"이라며 "정확하게 이해되는 사업이 아니라면 손을 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보두앵 프로 BNP파리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BNP파리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분이 1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BNP파리바 "경쟁사 인수 관심없다"
BNP파리바의 이런 보수적 방향성이 오히려 새로운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지만 앞으로도 큰 리스크를 진 몸집 불리기나 투자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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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입질은 했으나 그 규모도 작고, 아직은 시도에 그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프라임 브로커리지 부문, 영국 및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인수전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엔 소시에테 제너럴(SG) 인수설이 돌았지만 프로 CEO는 이를 부인했다. 와코비아 인수 역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메릴린치가 미국 내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유타주에 소재하고 있는 지온스 뱅크를 인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BNP파리바는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랐다.
알랭 파피아스 BNP파리바 자산운용 및 서비스 부문 대표는 "우리는 유행의 희생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야심이 많지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08.28 16:48] DB










